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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맞는 서른

오 년 넘는 구치소 생활은 참 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쏜살같은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이 담긴 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나는 마치 인생을 여러 번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사이 나는 나도 모르게 서른이 되어 있습니다. 감옥에서 맞는 서른. 이십 대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고 삼십 대의 전부를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채로 맞이하는 이 서른은, 아무래도 여느 서른과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어떤 분기점이 아니라 한결같은 길의 복판처럼 느껴지는 서른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서른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서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옥은 앗아가는 것만큼 다른 것을 채워줍니다. 그 채워지는 것들은 자신이 이전에 간과하며 살아온 것들입니다. 늘상 간과한 채 살아온 것들인 만큼 계속 간과되기 쉬워서 그..

이야기 2025.12.30

수형자 투표권과 수준미달 헌법재판소

21대 대선 이후 수형자 투표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에 대한 위헌소원이 빗발치고 있다. 수형자 투표권은 원래부터 없었고 헌법재판소가 관련 위헌소원을 이미 여러 번 규명한 바 있는데 이제와서 새삼스레 왜 그러는 걸까?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오늘은 그 얘기나 한번 해보자. 예전에는 구금형을 선고받으면 무조건 선거권 일체가 박탈되도록 법이 규정되어 있었다. 이에 ‘집행유예자들은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 왜 선거권을 박탈합니까?’, ‘선거사범이 아닌 수형자들의 선거권은 와 박탈하능교?’, ‘형종·형량 불문 모든 수형자를 뭣땀시 똑같이 취급허냥께?’. ‘사회에 돌아갈 게 분명한 유기수들의 미래형성권을 어째서 박탈하는 거래유?’ 등등의 문제제기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 결과 2014년 헌법재판소가 수형자 ..

2025.11.05

경합범 삼타특강 뒤풀이

특강을 듣느라 다들 고생했습니다. 기껏 긴 이야기 들었는데 그냥 끝내면 뭔가 아쉽지요. 뒤풀이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일방적인 강의는 재미없습니다. 토론과 토의가 곁들여져야 더 재미있고 의미롭죠. 규모가 큰 일타강의에선 그게 어렵습니다만, 우리네 삼타특강에선 가능합니다. 괜히 삼타가 아니죠. 먼저 몇몇 분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 준 게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분은 올렸다가 지웠지만 축하를 물렀다고 생각하진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일은 잘 보냈습니다. 가까운 분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기념을 해주었어요. 어디에 있건 처지가 어떻건 각별한 사람들은 계속 각별하게 남는 법이지요. 상황에 따라 마음의 거리가 달라지는 관계라면 각별한 사이가 아닌 겁니다. 그렇게 보면 여러분 중에도 저와 각별한 분들이 계신 ..

2025.10.29

경합범 삼타특강

추가 기소된 사건에 징역 5년이 선고되어 전체 형기가 47년이 되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경합범에게 합산 형기가 47년 부과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자가 더 정확한 의미이지요. 그런데 정확한 것은 대개 부정확한 것보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의 기사를 겉핥아 "뭐 새로운 혐의가 밝혀져서 형량이 이빠이 늘었나보네"하고 넘어가는 것은 쉽고 간단하지만, 법적인 당위를 면밀히 따져보는 건 지루하고 성가신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성가신 일을 권하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저는 여러분에게 경합범에 관한 설명을 할 것입니다. 왜일까요? 제게 선고된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힐 일이지 왜 구태여 경합범이라는 법 개념을 논하려는 걸까요? 사실을 ..

2025.09.16

내가 아는 것

송영길 프로가 윤 측의 ’생지옥 독방론'을 저격했다. 두 사람 다 내 한참 밑에 후배들인데, 후배들끼리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영 보기 나쁘다. 윤 후배는 비좁은 독방에 성경과 종이 밥상 하나만 구비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송 후배는 윤이 4인실을 혼자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둘 다 맞다. 황희 정승식 처방이 아니라 진짜 둘 다 맞다. 둘이 서로 다른 시기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윤 후배가 4인실(4인실에 실제론 8명을 수용시키고 있으므로 정확히는 8인실)을 혼자 쓴 건 탄핵되기 전이었다. 그러므로 구속 취소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기간은 송 후배가 기억하는 바가 맞다. 그러나 재구속 이후엔 윤 후배가 주장하는 환경이 맞다. 송 후배는 보석으로 나간 터라 현재의 상황을..

입장 2025.08.10

조사 거부는 권리다

윤 전 대통령 관련하여 특검이 강제구인을 시도하는 등 서로 갈 데까지 가는 모양새다. 윤 측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특검은 그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우리가 답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이란 아주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라야만 한다. 그리하여 내가 별 자격은 없지만서도 우리네 사람들을 대표해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런저런 논리를 검토해 보았는데, 그 결과 조사거부는 피의자의 권리라는 답을 얻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판단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강제조사를 포괄하는 효력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신구속이라는 조건을 조사라는 필요에 결부시켜 전제하는 교묘한 수법이..

2025.07.18

대법관 증원과 사법개혁

대법관 증원안이 부상하자 대법원장은 공론의 장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론의 장을 희망한다? 아리송한 말이다. 공론의 장을 희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에서 대법원이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는 것인가? 동의한다는 것인가 반대한다는 것인가? 동의한다면 공론의 장을 희망할 필요가 없으므로 대법원장의 말은 반대한다는 기조로 읽힌다. 그러니까 아리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 이유 제한 법리로 국민의 상고를 법 문언에 규정된 범위보다 훨씬 더 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다름 아니라 '대법원의 한정된 자원으로 상고를 감당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즉, 대법관이 열네명 뿐이어서 상고를 폭넓게 법 문언대로 받아주면 과부하가 올 수 있으니 자기들이 딱 봐 가지고 별..

2025.06.11

재판소원이란 무엇인가

민주당에서 이런저런 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들 들었을 것이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대개 자신의 정치적인 입맛에 맞춰 속단하게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오만한 사법부 혼내주니 통쾌하다’고 느끼고, 반대하는 이들은 ‘이모씨 사법리스크 때문에 법까지 개조하는구나!’하고 느끼는 식이다. 그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엔 그 일의 내용만큼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이해를 좌지우지하는 법. 상대가 밥 먹는 것만 봐도 꼴보기 싫게 느껴진 경험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밥 먹는 행위가 문제가 아님은 자명하다. 관건은 행위의 주체이고, 그걸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그러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이 논리와 무관한 이유로 속단하곤 한다는 ..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