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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이란 무엇인가

민주당에서 이런저런 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들 들었을 것이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대개 자신의 정치적인 입맛에 맞춰 속단하게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오만한 사법부 혼내주니 통쾌하다’고 느끼고, 반대하는 이들은 ‘이모씨 사법리스크 때문에 법까지 개조하는구나!’하고 느끼는 식이다. 그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엔 그 일의 내용만큼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이해를 좌지우지하는 법. 상대가 밥 먹는 것만 봐도 꼴보기 싫게 느껴진 경험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밥 먹는 행위가 문제가 아님은 자명하다. 관건은 행위의 주체이고, 그걸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그러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이 논리와 무관한 이유로 속단하곤 한다는 ..

2025.05.24

상고 이유 제한 법리 위헌소원 上

법은 투명해야 한다. 누구나 접근해서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과에 속박됨 없이 두고두고 학술적으로든 사실적으로든 재론하고 비판하고 재평가할 수 있고, 그로써 법치는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로서 신선하게 유지·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법은 여지껏 지독하리만치 폐쇄적이었고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시민들이 알 수 있는 건 판결의 결과값이 전부인 실정이다. 인용이라더라, 기각이라더라, 누가 무죄를 받았다더라, 누가 유죄로 몇 년을 받았다더라, 이런 알맹이 없는 내용이 우리 사회 내 법적인 토론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그 외의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는 희한한 주장이 우세하기까지 하다. 예컨대 주요 언론은 누가 어떤 판결 결과에 반하는 ..

2025.05.09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 위헌소원

한발 늦었다. 물리적인 한계로 어쩔 수 없는 지연이 생긴다. 이런 사안은 공명심 헌터들의 군침을 돌게 할 만한 것이기에 선착순 경쟁이 심하다. 아니다 다를까 모 로펌에서 발 빠르게 청구해서 메달을 따갔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순간 이 게임은 끝난 것이다. 지명은 사실상 무효화 된 것이고, 헌재가 심판을 하건 말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6월에 선출될 새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가 심사 중인 헌법소원을 인용하든 각하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데, 고민스러운 문제에선 발 빼는 헌재의 DNA에 입각해 보면 구할 이익이 소멸되었다는 무적의 논리로 각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헌재는 이미 이 사안에서 게으름을 보이고 있다. 모 로펌의 최초 청구보다 내 청구는 3~4일 늦었다. 그런데 모 로펌의 청..

2025.04.21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 위헌소원

‘헌법’은 재판관 6인에 의해 헌법재판을 결론 낼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은 7인이 아니면 결론은 커녕 심리 자체를 못 열게 하고 있다. 헌법과 법이 충돌할 경우 어느 게 우선되어야 할까? 헌법이 뿌리이고 법이 가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위헌이다. 나는 우리 법에서 이런 명백한 오류를 발견할 때면 다른 것보다도 애초에 이런 법이 왜 생겼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법이란 필시 누군가가 만든 것인데, 그 누군가는 왜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걸까? 우리 법에는 뿌리를 찌르는 가지가 셀 수 없이 많다. 앞서 간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등산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앞사람이 신경쓰지 않고 걸으면 앞사람이 아무..

2025.03.09

프로크루스테스의 국민 참여 재판법

본안 사건 1심 유죄가 나기 무섭게 헌재가 3년간 끌어오던 국민 참여 재판법 위헌소원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법원을 선도해야 할 헌재가 도리어 법원 뒤에 숨어 따라가는 이런 보신주의적 처신이 참 싫다. 같은 날 헌재가 선고한 서른 건이  넘는 사안 중 인용된 건 역시나 마은혁 임명 건과 감사원-선관위 권한 쟁의 건 뿐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자기들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에만 헌법적 결단을 내리는 그들의 고질병. 그것은 헌재를 가루로 만들자거나 헌법재판관을 처단하자는 일각의 끔찍한 비난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헌재의 필사적·희생적 몸부림으로까지 보인다. 헌재가 이번에 선고한 사건 중 인용이 딱 두 건인데 그 두 건마저 최상목 권한 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고 감사원이 선관위 감사 결과를 발표함으..

2025.03.08